도착한 곳에는, 시체의 산이 겹겹이 쌓여져 있었다.

  아니, 진짜로.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로다가.


  산이 되어 있는 시체들의 정체는, 엘프의 마을에 공격해 들어왔던 제국군의 슬픈 말로였다.

  나츠메 군이 여기까지 이끌어왔던 제국군은, 엘프와 싸우고, 더욱이 그 배후에게 협공당하는 형태처럼 마왕군에게 습격당한 것이 되어버려, 험한 꼴을 당하고 와해되어 버렸다.

  물론 살아남은 사람도 제법 있지만, 이른바 군사적인 의미의 전멸이라고 봐도 좋을 레벨로 타격을 받았다.

  사상자가 3할이 넘으면 전멸이라고 했던가?

  4할이었나?

  뭐, 그것보다 피해가 훨씬 큰 것은 확실하네.


  나츠메 군이 직접 이끌고 있던 부대는, 야마다 군 일행이나 선생님과 같은, 비교적 보통 레벨의 사람들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

  그렇지만, 그 이외 부대의 이야기를 하면, 포티마스의 비밀 병기와 투닥댄 처지가 된 것이니까, 문자 그대로 전멸해버린 부대도 있는 것 같네.

  비밀 병기라고는 해도, 내가 상대를 했던 성게라던가, 마왕이 상대를 했다던 글로리아라는 것들과는 다른, 양산품.

  내가 도중에 움푹움푹 부숴버린 그거다.

  라곤 해도, 내 입장에서 보면 잡동사니랑 다를 바 없는 그거지만, 이 세계 사람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터무니 없는 위협.

  평범한 사람에게는 대항 불가능할 정도의 병기인데다, 그게 양산품이라고 하니까 물론 주르르르 쏟아진다.

  응. 평범하게 죽겠지.


  그 결과, 완성되어버린 이 시체의 산.

  아무래도 살아남은 제국의 병사들과, 메라의 부하들이 밤새도록 전장 뒤에서 회수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잠자리 나쁘네, 같은 거 말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해 떠 있는 내내 싸운 뒤에도 그 날 밤에 철야로 일하고 있었던 건가.

  왠지 미안하네─.

  사치 부리듯 말하다니 미안하네─.

  잘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좋은 대우였다.

  이세계의 병사들은 죽을 때까지 싸우다가, 죽지 않았다면 철야로 일하는 걸 강요받는, 초특급 헬 직업이었다는 건에 대하여.

  이세계를 동경하는 제군들! 너도 이 세계에서 병사가 되지 않겠는가?

  …왠지 꽤 불쌍하게 느끼고 있다.

  원래부터 제국군의 병사 여러분은 쓰다가 버려버릴 예정이었고, 이렇게 된 것도 예상한 대로였지만 말야─.

  일부러, 죽어버려도 괜찮으니까, 부패하고 있었던 제국 내 귀족의 병사 같은 사람들을 나츠메 군에게 소집시키고 편성시켰는데, 윗물이 썩어있을 뿐이고 병사들에게 죄는 없으니깐─.

  그 안에는 위에서 드리워진 달콤한 꿀을 들이마신 놈도 있겠지만.


  뭐, 그들은 성실하게도 자신의 역할을 완수해주었다.

  그러므로, 그에 걸맞는 대우로서 온당히 기려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나, 여기에서부터 시체를 그대로 제국에 가지고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기에, 유품을 갖고 돌아갈까, 아니면 화장한 후에 유골을 갖고 돌아갈까.

  어느 쪽이든 소중히 매장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참고로, 엘프의 시체는 여기에는 없다.

  전부 내 뱃 속으로 사라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분체들이 잘 나누어 먹었다.

  이건 이거대로, 내 나름대로 소중하게 묻어준 거라구.

  그야, 야생에서는 죽여버린 상대는 먹어주는 것이 예의라는 거잖아?

  그 시체는, 내게 먹혀서, 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음, 멋지네.

  포티마스도 자신의 몸이 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니까, 울면서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시로님, 좋은 아침이에요.」


  시체의 산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메라가 접근해오더니 인사했다.


  「아침은 드셨습니까? 아직이시라면 준비시키겠습니다만.


  뭔가 몹시도 솜씨 좋게 아침 식사에 대해 안내했다.

  이야, 응.

  메라는 세세한 데까지 꼼꼼하게 생각이 미치니까, 평소였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도 위화감은 없지만, 지금은 군단장이라는 입장에서 여기에 있는 거고.

  부하가 아직 주위에 있는데도, 일단 직책적인 면에서는 동격인 나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은, 조금 이상하다.

  메라는 공과 사의 구분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말야.

  부하에게 노골적으로 자기 쪽이 더 아래다, 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메라 군 혹시?

  내가 시체를 먹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야?


  눈을 뜨고 있었다면 분명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이 되었겠지.

  그런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메라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보통 사람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동요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이 녀석.

  뭐, 좋아.

  아침 먹지 못한 건 확실하고, 여기선 메라의 말대로 준비시키자.

  그 정도의 일은 해 주지 않으면, 이 쪽의 기분이 풀리지 않고.


  「후으오오오오오오!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줬더니, 기괴한 물체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기괴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그 엄청난 기괴함에 난 잠깐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옆에 있던 메라는 즉각적으로 반응.

  다가오고 있는 기괴한 물체에 손날을 힘껏 때려박았다.

  

  「크흣?!


  꽤 진심이었던 메라의 손날 공격에 의해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기괴한 물체는, 피를 토하면서 땅에 엎드리... 지 않았어!?

  놀랍게도, 그 기괴한 물체는 메라의 손날 공격을 먹었으면서도, 이 또한 기괴한 포즈로, 쓰러지는 것을 참아냈다.

  사람들은, 그 포즈를, 도게자라고 한다.


  「무슨 속셈이야?


  메라가 분노 절반, 곤혹스러움 절반을 담은 듯한 느낌으로 기괴한 물체에 물었다.

  

  「제자로,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 기괴한 물체는, 또한 역시 기괴한 소리를 하고 있다.

  의미를 모르겠어.


  메라가 종잡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거야, 그렇지?

  갑자기 달려들어서는 제자로 받아달라고 말해봐야, '하아?' 같은 반응이 되겠지.

  아마 나한테 말하는 거겠지만, 메라는 사정도 모르고, 영문도 모르겠지.

  나도 사정은 알지만, 영문은 모르는 걸.

  뭐야 이 녀석, 같은 느낌이 없진 않다.


  뭔가, 이 기괴한 물체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는 기분이 든다.

  내 본능이 이멀전시(Emergency)를 울리고 있었다.

  이거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뭘까, 이거.

  뭔가, 응, 뭔가, 말로 못 하겠어.

  도게자하는 기괴한 물체를, 그대로 실로 구속.

  움직일 수 없게 하고, 메라에게 말을 건다.


  「가자.

  「에, 괜찮은 건가요?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메라에게, 힘차게 끄덕이며 긍정.

  이건 방치하는 것으로 한다.

  라고 할까 방치할 수 밖에 없어!


  기괴한 물체를 그대로 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메라가 눈을 끔벅거리며 기괴한 물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가, 내가 망설임 없이 걸어가기 시작하자 황급히 뒤를 쫓아왔다.

  뒤에서, 「기, 기다려주십시오!」인지 뭔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지만, 분명 기분 탓.

  나에게는 기괴한 소리가 불협화음이 되어 귀를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그걸 의미가 있는 말로 뇌 내에서 처리해버리면 안 된다.

  환생자들과 만나기도 전인데, 뭔가 갑작스레 지쳤다.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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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슬슬, 환생자들과 만나면 안 되냐...

그보다 저 대마법사 안 죽고 살았던가ㅋㅋㅋ 어떻게 바로 거미코 알아보지 인간폼은 처음볼텐데 개신기하넹



번역 도우미)

- 死屍累々 -> 시체 더미라고 번역했습니다. 시체가 겹겹이 쌓였다는 원뜻이 있습니다만, 소제목으로 쓰였다는 걸 감안해 짧게 줄여서 명사형으로 만들었습니다.


- イヤ、マジで. 比喩でも何でもなくホントに -> 아니, 진짜로.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로다가. 라고 번역했습니다. 원래 번역은 '아니, ㄹㅇ루다가.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임.' 이거였는데 너무 경박해보이고 거미코가 쓰는 건 좀 그런데다 원문하고도 거리가 멀어져서 결국 문어체로 바꿨습니다. 대신 실화 이 부분은 남겼습니다. 요즘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게 경박하지도 않은 것 같고,


- 割と普通の面々を相手にしたので被害も少なめ -> 비교적 보통 레벨의 사람들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 직역은 '비교적 보통의 면면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입니다. 보통의 면면이란 게 한국인들한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의역했습니다.


- 超絶ブラック職業だった件 -> '초특급 헬 직업이었다는 건에 대하여'로 의역했습니다. 직역은 '초절블랙직업이었던 건'.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가 같은 사이트인 소설가가 되자에서 연재되고 있고, 역시 그것에 대한 패러디로 보여서 정발명인 '했던 건에 대하여'라는 말을 따왔습니다. 초절 블랙 직업은 대충 초특급 헬 직업으로 번역. '이었던 건'이라는 연결사는 '이었다는 건'으로 자연스럽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흑흑. 이거 제대로 번역하려고 구글이랑 네이버에 얼마나 검색질한거야.

- ないわー -> '아니겠지─.'로 번역했습니다. 화룡점정; 마무리 다 하고 다했다하고 기지개 켜는데 요 놈이 등장해서 대체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하나 고민을 엄청 했네요. 결국 번역이 된 것도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린 건 아니고... 으으, 정발은 이 부분 어떻게 번역하려나. 이건 대체 어떻게 번역할지 나도 보고싶네. 새삼 번역가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번역된 걸 보면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아.


  안녕하세요.

  아침이네요.

  아쉽게도, 상쾌한, 같은 형용사는 쓰지 않지만.


  내가 1박 머무른 곳은, 엘프 마을에 있는 무사했던 집.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엘프의 집 같은, 나무의 속을 도려내어서 만들어진 트리 하우스.

  트리 하우스? 응, 뭐 틀리지 않았어. 아마도.

  실로 판타지하고 팬시하네.

  그래서, 마치 동화처럼.

  평소에 잘 때는 마이홈에 틀어박히는 나지만, 이런 것을 봐 버리면, 하룻밤 정도는 머물다 가고 싶어지잖아.


  그랬는데, 유감이지만 별로 기분은 좋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든 전쟁의 직후니까 말야.

  포티마스의 비밀병기, 성게인지 삼각뿔인지 모를 그것이 화려하게 저지르고 간 덕분에, 원래는 푸르름이 가득해야 할 숲이었던 장소가, 현재는 허허벌판.

  까놓고 말해, 탄 내 난다구.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장소에서는 꽤나 떨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냄새를 풍겨 온다니까.


  결론, 집에서 머물렀던 기분 운운하기 전에, 시기가 너무 안 좋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여행 같은 것 도중에 일박 하는 것이었다면 또 다른 감상이 되었겠지만, 이런 상황이잖아.

  잠자리도 뒤숭숭해서 뭔가 꿈자리도 나빴고.

  모처럼 큰 일을 마친 다음이니까, 기분 좋게 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그 큰 일이라는 녀석이, 엘프의 대학살이었던 셈이고, 역시나 기분 좋게 눈을 떴다 같은 일은 없지.


  엘프의 마을을 공격해서 멸망시킨다는 아주 큰 일.

  그 목적은 물론 포티마스를 쳐부숴버리는 것.

  이 별이 이런 엉망진창인 상황이 되어있는 것은 대체로 그 놈 때문이니까 말이지.

  그 원흉을 쓰러뜨리고, 뒤틀림을 조금이라도 교정한다.

  그것이 이번의 일.

  뭐, 포티마스에 대해서는 마왕의 인연, 이라고 하는 측면도 있는 거지만.


  마왕에게 포티마스를 매듭짓는 일을 양보했던 것은, 솔직히 복잡한 기분.

  포티마스와의 싸움에서, 마왕은 포티마스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저지해버리고 그 숨통을 끊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크다.

  마왕은 싸움에 대한 반발로, 거의 싸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것뿐이 아냐.

  오히려 그런 것보다도, 이 쪽이 훨씬 중요한데, 마왕의 수명은 이제 얼마 남지 않게 되고 말았다.


  애초부터 마왕은 자신의 수명을 깨닫고, 마왕이라는 역할에 올랐다.

  마왕은 육체적으로는 늙지 않지만, 영혼은 거의 한계 그 근처까지 내몰려 있다.

  가까운 미래에, 자신은 죽는다고 내다보았다.

  라곤 하지만, 그건 바보처럼 긴 시간동안 살아온 마왕이 자신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

  평범한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것이, 포티마스와의 싸움에서 단번에 줄어들게 된 것이다.


  지금 마왕의 모습을 보면,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

  그것을 보다보면, 과연 포티마스랑 싸울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이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마왕이 부탁한 것이었어도,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이 괜찮지 않았을까, 라고.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마왕이 포티마스를 상대해 준 덕분에, 나는 쓸모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끝났다는, 그런 계산도 머릿속에 맴돌게 되어버리고.

  마왕이 죽어가면서 얻어낸, 가치 있는 승리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숫자로서 측정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은 내가 생각해도 쓰레기라고─.

  자기 혐오.


  음, 뭐, 기분 좋게좋게 가자.

  지나가버린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반성은 하지만.

  그렇다한들, 후회는 없어.

  후회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들이고, 그걸 양분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자, 자.

  그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포로의 상태라도 보고 있을까나.


  이번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버린 것은, 야마다 군을 비롯한 용사 일행.

  그리고 이 엘프의 마을에 보호라는 이름으로 감금되어 있던 전생자들.

  그리고, 엘프 중에선 유일하게 살아남게 된 선생님.

  이상.

  즉, 거의 전부 전생자들 뿐이다.

  엘프는 몰살하고 말았으니까요.


  엘프라고 하는 것은, 포티마스의 클론이 베이스인 종족.

  포티마스의 클론이 있고, 그 클론과 엘프에게 개조당한 사람, 혹은 그 후손들이 엘프라고 불리우는 종족.

  아무래도 엘프는 전생자들의 납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런 식의 납치를 저지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기에, 납치해져 온 사람을 엘프로 개조하고, 포티마스의 클론과 아이를 만들어낸다.

  포티마스의 클론만이라면 유전자적으로 치우침이 지나쳐버리게 되니까요.

  그렇게 태어나게 된 아이를 엘프로서 길러나간다.


  그런 성질상, 엘프는 그 태반이 포티마스의 혈연자라는 것이 된다.

  종족이라고 할까, 혈족이지?

  뭐, 그런 이유로, 엘프는 뿌리째 뽑는 것이 이것저것 좋다는 이야기야.

  예외인 것은, 선생님과, 하프.

  선생님은 당연하지만, 하프에게까지 손을 돌리고 있으면 귀찮게 돼.

  내 눈도 만능은 아니다.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고, 놓치게 되는 것도 있다.

  되도록이면 엘프는 뿌리째 뽑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엘프의 마을 밖에 있는 녀석들 전부를 처리하는 것은 허리가 나간다.

  어느 정도, 놓치게 되더라도, 뭐,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고로, 엘프와는 관계 없이 시골로 내려온 녀석들은, 휙─.

  그러니까, 야마다 군 일행에도 있는 하프엘프도 휙─ 하는 것이 되었다.


  뭔가 그 하프엘프, 한 번 죽었던 것 같지만, 노 카운트, 노 카운트.

  다시 살아난 거니까 됐다구.

  그 덕에 야마다 군이 쓰러져버렸던 것 같지만, 난 모른다.

  모른다구!

  어떻게 됐든 모른다구!


  응.

  야마다 군이 어떻게 됐는지, 조금 무섭지만 보지 않으면 안 되겠지─?

  아마도, 야마다 군이 쓰러져 버린 거 내 탓일 거고─.

  그거겠지?

  아마도 금기 카운터 스톱 한 거겠지?

  어쩌지, 보러 갔는데 미쳐서 날뛰거나 해버리면…….

  아─, 무서워.


  그보다, 다른 전생자들에게 설명 같은 거 하지 않을 순 없을까나─.

  오니 군에게 몰아줘버리면 안 되나?

  직접 입을 여는 게 마음이 내키지 않는단 말야.

  어떤 의미에서 엘프의 마을을 박살내는 것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가 이후에 기다리고 있었다.

  우울하다.

  일단, 용태를 보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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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 거미코!! 어렵잖아! 독백은 적당히 쉬운 단어들로 하란 말이야!

뭐, 옆동네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주장했던 마일쨩의 패러디성이 난무한 외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건 맞지만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걔를 따라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걘 열두살이지만 넌 고등학생이니까! 에? 거미라서 얼마 안 살았다고? 이 세계에 와서는 두 살? 개소리 집어쳐! 무슨 님을 만난다는 거야!


번역 도우미)

- 半年くらい出番がないという悪夢にうなされた -> 반년동안이나 출연할 기회가 사라져버리는 악몽을 꾸었다


- そんでもってメルヘン ->

얜 진짜 뭐 어떻게 번역해야하는지 감도 안 오네요.

일단은 '그래서, 마치 동화처럼'이라고 원뜻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의역을 했습니다.

참아줘... 이런 들어보지도 못한 연결사는 참아달라고...


- それでも臭ってくるっていうね -> 그럼에도 냄새를 풍겨 온다니까.


- やっぱ気分よくお目覚めってわけにはいかんか -> 역시나 기분 좋게 눈을 떴다 같은 일은 없지.

- 魔王は念願かなって奴に止めを刺すことができた -> 마왕은 포티마스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저지해버리고 그 숨통을 끊는 것이 가능했다. 직역은, '마왕은 염원? 이라고 하는 녀석을 못박아 멈추는 일(止めを刺す)이 가능했다.' 문맥상 포티마스의 불로불사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의역하기로 했습니다.

- こういうところは我ながらゲスイなー -> 이런 부분은 내가 생각해도 쓰레기라고, 라고 번역했습니다. ゲスイ는 쓰레기라기 보다는 하수도 오물 같은 느낌이지만 자연스럽게 하고자.

- このエルフの里の外にいる連中全部を始末するのは骨が折れる -> 이 엘프의 마을 밖에 있는 녀석들 전부를 처리하는 것은 허리가 나간다, 직역은 허리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뼈가 부러진다'입니다. 뼈가 부러진다는 말보다는 척추 관련해서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로 치환해 의역했습니다.


- エルフとは関係なしに野に下った連中はスルー -> 엘프와는 관계 없이 시골로 내려온 녀석들은, 휙─, 이라고 의역했습니다. 얘는 의역을 했는데도 말이 좀 이상한데, 이건 그냥 일본어 원문이 좀 그런 것 같네요. 野に下った가 특히 번역하기 힘든데, '하야하다'라는 뜻과 '들에 내려오다'라는 뜻도 있고. 뒤에 의태어 スル랑 겹치면서 한층 더 이해하기 난해해졌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하야(野)라는 말의 원뜻인 '시골로 내려가다' 쪽으로 번역했는데, 이해하기로는 엘프랑 관계 없이 근처에 있는 사람들, 근처로 온 사람들은 그냥 신경 껐다는 이야기 같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그렇구나 넘어가시면 될 것 같네요.


ノーカンノーカン -> 노 카운트, 노 카운트. ノーカウント를 줄여부르는 것 같네요. 애초에 노 카운트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그걸 줄여부르기까지 하니 더더욱 원문을 살리기 난해하네요. 노 카운트 정도면 '무효'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올바른 해석이 아니고.. 그래서 그냥 줄인 걸 다시 늘려놨습니다. 어이, 거미코. 쓸데없이 줄여 부르지 말라고! 국어를 사랑해라, 국어를! 에? 실제로 이렇게 많이들 줄여부른다고? 알까보냐!


  후회한 것?

  그런 건, 얼마든지 있다.


  그 때, 그렇게 했다면. 그 때, 이렇게 했다면.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좀 더 선택지가 있었던 것이다.

  아니, 나 밖에 없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무언가 다른 것을 선택했다면, 상응하는 다른 미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사고의 늪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고민하더라도, 과거를 바꾸는 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이 나의 선택이었다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더스틴은 아니지만,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책임을 가져야만 하고.

  뭐,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더스틴이든 나든, 과거에 했던 선택이 속박이 되어 지금까지도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더스틴은 과거에 선택했던 길을 한없이 걸어가고 있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 길이라고 하더라도, 그 녀석의 마음을 한없이 피폐하게 만들더라도, 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 길에서 헛디딘 적이 없다는 점이, 그 녀석의 대단함이다.

  정신력이라는 부문에서는, 나 따위보다 훨씬 그 남자 쪽이 뛰어나다.

  저 놈은 신은 아니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는 신조차 이겨버리는 괴물 녀석이다.


  내 선택?

  나는 선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무 것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언제나 어중간하고, 무엇을 하든지 결과를 남기지 않는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리고 지금도 역시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유일하게 한 것이 있다면, D에게 울며 매달린 것 뿐이었다.

  한심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D에게 울며 매달린 것조차도, 나에게는 옳았던 것인지 판단할 수 없는 모양이다.

  좀 더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D가 선의에서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나라도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연락이 되지 않게 되어버린 시점에서 확신했을 정도이다.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늦어버렸던 거겠지.


  D의 목적이 대체 무엇인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본인 왈, 재미있어 보이니까, 라고 하는 것도 의심할 것 없는 본심인 것이겠지만, 그 이외에도 목적이 몇 개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예상이기는 하지만 실험이겠지.

  지구에는 충독[1] 같은 것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과 같았다.

  시스템은 거대한 충독이다.

  그곳에 사는 생물들을 서로 죽이는 것으로, 보다 더 강한 생물을 낳기 위한 장치.

  최종적인 목표는, 신.

  일곱 대죄나 일곱 미덕의 스킬에 「신에 이르는 같은 설명문이 있는 시점에서, 그 점은 명백하다.

  시스템은 인공적으로 신을 낳기 위한 실험 장치였던 것이다.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재미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시스템은 그 이외에도, 군데군데 D의 반 장난으로 생각되는 기능이 몇몇 개 보인다.

  그 전부에 합리적인 답변을 찾는 것은, 난 하지 못한다.

  그거야말로 D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듣는다고 하더라도 이해가 될지 안 될지도 알 수 없는데 말이지.

  저 분은 그런 분이시다.

  이해하면 지는 것이다.


  그랬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에게는 무엇이 D의 진심을 울리는 것인지, 정말로 단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내가 멋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D의 비위를 거스르면.

  그렇게 생각해서, 시키는 것을 조용히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도 나는 선택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혹은, D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재미있다고 여겨질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그러나, 바로  나라고?

  이 내가, 그 D에게, 재미있다고 여겨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거냐?

  내가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한 번의 시도로 이것이고 저것이고 완전히 무너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나에게는 한 발 내딛을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별이 D의 장난감이 되어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했지만, 장난감이 되고 있어도, 그 분 덕분에 살아나게 된 것도 또한 사실.

  지금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당시의 내 선택이 옳았던 것인가 어땠던 것인가 고민할 참이긴 하지만, 별로 방법은 없었고, 최선이었던 것만은 확실한 것이다.

  그러네, 만약 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들, 그렇더라도 D에게 기대게 되었겠지.

  후,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나는 이런 미래 밖에 고를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거든 저거든 고민한 끝에, 선택을 할 타이밍을 놓치는 모습이 우리의 일이지만 눈에 선하다.

  '헤타레[2]'라고 불려버리는 것도 납득한다.


  후우….

  아아, 그래.

  나는 언제나 헛된 놈일 뿐이다.

  이런 말투는 좀 그렇지만, 나는 떠밀려가는 체질인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세계의 큰 변화에 따르고. 그저 떠밀려버릴 뿐인 존재.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자신만의 의지를 관철하는, 세계 본연의 모습을 바꿔버리는 영웅이나 주인공이라 불리우는 존재가 있는 것처럼, 나는 결국 그 이야기를 꾸며주기 위한 그저 엑스트라라고 하는 것으로.

  그러나, 세계의 흐름을 바꾸는 것도 못하는데도, 에너지만 소모하고 있다.

  그러니까, 완전히 엑스트라가 되는 것도 못하고, 무대의 가장자리에서 그저 얼쩡거리기만 할 뿐인, 매우 어중간한 존재.

  최대한 파고들어도 어중간하기만 하구나.


  그렇지만, 어중간하기는 해도, 엑스트라이기는 해도, 나는 나로서 여기에 있다.

  여태 선택하지 않았던 나이지만, 분명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떠밀려가기만 할 뿐인 나이지만, 떠밀려가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는 D의 심부름꾼이지만, 시스템처럼 만들어진 존재는 아니다.

  나는, 나만의 의지를 가지고 여기에 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어주면 좋겠다.


  …뭐어, 술자리에서 뭐라고 말하든 기억은 못 할지도 모르지만.

  술은 아직 있다.

  조금 더 나의 넋두리에 어울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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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리에도 규리에 나름의 생각하는 바가 있었군요.

생각해보면 참 안쓰러운 녀석입니다. 용족이지만 인간의 행태를 배우고, 용족에게서 버려지는 것으로 떨어져나와, 사리엘을 구하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해버린 거죠. D가 Devil의 D인지 뭔지는 몰라도. 하지만 세계의 흐름에는 개입할 수 없었고, 결국 자괴감에 빠진 적도 있어버린 것 같네요. 물론, 용족은 용족이고 프라이드 하나는 우수한만큼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본문에서 언급되는 '선택'이라는 것은 앞으로 이 별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지 선택한다는 문맥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사리엘은, 인류가 그 누구도 죽지 않는다는 결말을 바랬지만 묶여있는 관계로 선택지가 없고 규리에에게 부탁하게 된 거죠. 더스틴은 인류의 최다생존만을 '선택해' 그것만을 위해 살아오고 있습니다. 더스틴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분명 정신이 해지고 약해지는 일도 있겠지만, 규리에가 말했듯 엄청난 정신력으로 그걸 극복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규리에는, 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뭐, D가 신은 웬만치 개입하지 말라고 언질을 주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 그럼에도 어느정도는 움직일 수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D는 그렇게 말만 해놓고 조금 신경쓰다가 연락도 뚝 끊어버리고 신경따위 전혀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규리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 D의 비위를 거스르게 될까봐 고작 한 마디에 묶여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버리고 만 것이죠.


그리고 '과거편'이 아니라 '과거 이야기'인 만큼 아리엘과 규리에가 각각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양새인 것 같네요.

다음 편부터는 예고했던대로 바로 본편인 301로 넘어갑니다. 거미코쨩, 오랜만에 등장하게 되겠군요. 덧붙여 301화 소제목이 '반년동안이나 출연할 기회가 없었다고 하는 악몽에 가위 눌렸다'네요. 어지간히 출연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번역 도우미)

持たねばな -> 가져야만 하고

[1] 충독(蟲毒) : 사전적인 의미는 벌레가 가진 독이라는 의미지만, 여기에서의 의미는 전갈, 뱀, 도마뱀, 두꺼비, 지네, 거미 등 여러 마리의 동물들을 한 상자에 죄다 집어넣고 동족상잔을 시켜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한 마리만 살아남게 하고, 이 때 독을 품으면서 싸웠던 모든 동물들의 독이 최후의 생존자 한 놈에게 합쳐지게 되어 더더욱 강한 독을 만든다는 일본의 이야기에서 유래된 충독인 모양입니다. D가 만든 시스템의 모양새와 잘 들어맞는 비유라고 할 수 있겠죠.

[2] 헤타레(ヘタレ) : 가타카나로 쓰는 일본의 속어입니다. '겁쟁이 놈' 정도로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거의 고유명사 가깝게 쓰이는 모양새라, 여기서는 따로 한글 번역 없이 헤타레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매 화 이렇게 주석을 달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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