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곳에는, 시체의 산이 겹겹이 쌓여져 있었다.

  아니, 진짜로.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로다가.


  산이 되어 있는 시체들의 정체는, 엘프의 마을에 공격해 들어왔던 제국군의 슬픈 말로였다.

  나츠메 군이 여기까지 이끌어왔던 제국군은, 엘프와 싸우고, 더욱이 그 배후에게 협공당하는 형태처럼 마왕군에게 습격당한 것이 되어버려, 험한 꼴을 당하고 와해되어 버렸다.

  물론 살아남은 사람도 제법 있지만, 이른바 군사적인 의미의 전멸이라고 봐도 좋을 레벨로 타격을 받았다.

  사상자가 3할이 넘으면 전멸이라고 했던가?

  4할이었나?

  뭐, 그것보다 피해가 훨씬 큰 것은 확실하네.


  나츠메 군이 직접 이끌고 있던 부대는, 야마다 군 일행이나 선생님과 같은, 비교적 보통 레벨의 사람들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

  그렇지만, 그 이외 부대의 이야기를 하면, 포티마스의 비밀 병기와 투닥댄 처지가 된 것이니까, 문자 그대로 전멸해버린 부대도 있는 것 같네.

  비밀 병기라고는 해도, 내가 상대를 했던 성게라던가, 마왕이 상대를 했다던 글로리아라는 것들과는 다른, 양산품.

  내가 도중에 움푹움푹 부숴버린 그거다.

  라곤 해도, 내 입장에서 보면 잡동사니랑 다를 바 없는 그거지만, 이 세계 사람들의 기준으로 본다면 터무니 없는 위협.

  평범한 사람에게는 대항 불가능할 정도의 병기인데다, 그게 양산품이라고 하니까 물론 주르르르 쏟아진다.

  응. 평범하게 죽겠지.


  그 결과, 완성되어버린 이 시체의 산.

  아무래도 살아남은 제국의 병사들과, 메라의 부하들이 밤새도록 전장 뒤에서 회수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잠자리 나쁘네, 같은 거 말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은 해 떠 있는 내내 싸운 뒤에도 그 날 밤에 철야로 일하고 있었던 건가.

  왠지 미안하네─.

  사치 부리듯 말하다니 미안하네─.

  잘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좋은 대우였다.

  이세계의 병사들은 죽을 때까지 싸우다가, 죽지 않았다면 철야로 일하는 걸 강요받는, 초특급 헬 직업이었다는 건에 대하여.

  이세계를 동경하는 제군들! 너도 이 세계에서 병사가 되지 않겠는가?

  …왠지 꽤 불쌍하게 느끼고 있다.

  원래부터 제국군의 병사 여러분은 쓰다가 버려버릴 예정이었고, 이렇게 된 것도 예상한 대로였지만 말야─.

  일부러, 죽어버려도 괜찮으니까, 부패하고 있었던 제국 내 귀족의 병사 같은 사람들을 나츠메 군에게 소집시키고 편성시켰는데, 윗물이 썩어있을 뿐이고 병사들에게 죄는 없으니깐─.

  그 안에는 위에서 드리워진 달콤한 꿀을 들이마신 놈도 있겠지만.


  뭐, 그들은 성실하게도 자신의 역할을 완수해주었다.

  그러므로, 그에 걸맞는 대우로서 온당히 기려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나, 여기에서부터 시체를 그대로 제국에 가지고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기에, 유품을 갖고 돌아갈까, 아니면 화장한 후에 유골을 갖고 돌아갈까.

  어느 쪽이든 소중히 매장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참고로, 엘프의 시체는 여기에는 없다.

  전부 내 뱃 속으로 사라졌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분체들이 잘 나누어 먹었다.

  이건 이거대로, 내 나름대로 소중하게 묻어준 거라구.

  그야, 야생에서는 죽여버린 상대는 먹어주는 것이 예의라는 거잖아?

  그 시체는, 내게 먹혀서, 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음, 멋지네.

  포티마스도 자신의 몸이 신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니까, 울면서 기뻐할 것이 틀림없다.


  「시로님, 좋은 아침이에요.」


  시체의 산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메라가 접근해오더니 인사했다.


  「아침은 드셨습니까? 아직이시라면 준비시키겠습니다만.


  뭔가 몹시도 솜씨 좋게 아침 식사에 대해 안내했다.

  이야, 응.

  메라는 세세한 데까지 꼼꼼하게 생각이 미치니까, 평소였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도 위화감은 없지만, 지금은 군단장이라는 입장에서 여기에 있는 거고.

  부하가 아직 주위에 있는데도, 일단 직책적인 면에서는 동격인 나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은, 조금 이상하다.

  메라는 공과 사의 구분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말야.

  부하에게 노골적으로 자기 쪽이 더 아래다, 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터.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메라 군 혹시?

  내가 시체를 먹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거야?


  눈을 뜨고 있었다면 분명 물끄러미 바라보는 눈이 되었겠지.

  그런 분위기를 읽은 것일까, 메라의 눈이 살짝 흔들린다.

  보통 사람으로는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동요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지.

  이 녀석.

  뭐, 좋아.

  아침 먹지 못한 건 확실하고, 여기선 메라의 말대로 준비시키자.

  그 정도의 일은 해 주지 않으면, 이 쪽의 기분이 풀리지 않고.


  「후으오오오오오오!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줬더니, 기괴한 물체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기괴한 움직임으로 다가왔다.

  그 엄청난 기괴함에 난 잠깐 움직임이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옆에 있던 메라는 즉각적으로 반응.

  다가오고 있는 기괴한 물체에 손날을 힘껏 때려박았다.

  

  「크흣?!


  꽤 진심이었던 메라의 손날 공격에 의해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기괴한 물체는, 피를 토하면서 땅에 엎드리... 지 않았어!?

  놀랍게도, 그 기괴한 물체는 메라의 손날 공격을 먹었으면서도, 이 또한 기괴한 포즈로, 쓰러지는 것을 참아냈다.

  사람들은, 그 포즈를, 도게자라고 한다.


  「무슨 속셈이야?


  메라가 분노 절반, 곤혹스러움 절반을 담은 듯한 느낌으로 기괴한 물체에 물었다.

  

  「제자로,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 기괴한 물체는, 또한 역시 기괴한 소리를 하고 있다.

  의미를 모르겠어.


  메라가 종잡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거야, 그렇지?

  갑자기 달려들어서는 제자로 받아달라고 말해봐야, '하아?' 같은 반응이 되겠지.

  아마 나한테 말하는 거겠지만, 메라는 사정도 모르고, 영문도 모르겠지.

  나도 사정은 알지만, 영문은 모르는 걸.

  뭐야 이 녀석, 같은 느낌이 없진 않다.


  뭔가, 이 기괴한 물체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는 기분이 든다.

  내 본능이 이멀전시(Emergency)를 울리고 있었다.

  이거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뭘까, 이거.

  뭔가, 응, 뭔가, 말로 못 하겠어.

  도게자하는 기괴한 물체를, 그대로 실로 구속.

  움직일 수 없게 하고, 메라에게 말을 건다.


  「가자.

  「에, 괜찮은 건가요?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메라에게, 힘차게 끄덕이며 긍정.

  이건 방치하는 것으로 한다.

  라고 할까 방치할 수 밖에 없어!


  기괴한 물체를 그대로 두고, 아침을 먹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메라가 눈을 끔벅거리며 기괴한 물체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가, 내가 망설임 없이 걸어가기 시작하자 황급히 뒤를 쫓아왔다.

  뒤에서, 「기, 기다려주십시오!」인지 뭔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지만, 분명 기분 탓.

  나에게는 기괴한 소리가 불협화음이 되어 귀를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그걸 의미가 있는 말로 뇌 내에서 처리해버리면 안 된다.

  환생자들과 만나기도 전인데, 뭔가 갑작스레 지쳤다.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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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code.syosetu.com/n7975cr/519/


아니 슬슬, 환생자들과 만나면 안 되냐...

그보다 저 대마법사 안 죽고 살았던가ㅋㅋㅋ 어떻게 바로 거미코 알아보지 인간폼은 처음볼텐데 개신기하넹



번역 도우미)

- 死屍累々 -> 시체 더미라고 번역했습니다. 시체가 겹겹이 쌓였다는 원뜻이 있습니다만, 소제목으로 쓰였다는 걸 감안해 짧게 줄여서 명사형으로 만들었습니다.


- イヤ、マジで. 比喩でも何でもなくホントに -> 아니, 진짜로.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로다가. 라고 번역했습니다. 원래 번역은 '아니, ㄹㅇ루다가. 비유도 뭣도 아니고 실화임.' 이거였는데 너무 경박해보이고 거미코가 쓰는 건 좀 그런데다 원문하고도 거리가 멀어져서 결국 문어체로 바꿨습니다. 대신 실화 이 부분은 남겼습니다. 요즘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게 경박하지도 않은 것 같고,


- 割と普通の面々を相手にしたので被害も少なめ -> 비교적 보통 레벨의 사람들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 직역은 '비교적 보통의 면면을 상대로 삼았기에 피해도 적다'입니다. 보통의 면면이란 게 한국인들한텐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의역했습니다.


- 超絶ブラック職業だった件 -> '초특급 헬 직업이었다는 건에 대하여'로 의역했습니다. 직역은 '초절블랙직업이었던 건'.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가 같은 사이트인 소설가가 되자에서 연재되고 있고, 역시 그것에 대한 패러디로 보여서 정발명인 '했던 건에 대하여'라는 말을 따왔습니다. 초절 블랙 직업은 대충 초특급 헬 직업으로 번역. '이었던 건'이라는 연결사는 '이었다는 건'으로 자연스럽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흑흑. 이거 제대로 번역하려고 구글이랑 네이버에 얼마나 검색질한거야.

- ないわー -> '아니겠지─.'로 번역했습니다. 화룡점정; 마무리 다 하고 다했다하고 기지개 켜는데 요 놈이 등장해서 대체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하나 고민을 엄청 했네요. 결국 번역이 된 것도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린 건 아니고... 으으, 정발은 이 부분 어떻게 번역하려나. 이건 대체 어떻게 번역할지 나도 보고싶네. 새삼 번역가가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번역된 걸 보면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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