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기동하고 그 뒤로 어떻게 됐냐구?

  그런 거 물어봐서 뭐하게?

  ……그다지 들어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라구?

  그럼에도 듣고 싶다라….

  음… 그럼, 조금만 기다려봐.


  뭐, 당시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심하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심할 정도로 심하다.

  여기든 저기든 죄다 지옥 같았던 모양이야.

  나도 내 일이 급급했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전해들은 것 밖에 몰라.

  그래도 뭐, 상상은 어느 정도 가네.


  일단, MA에너지를 주요 에너지로 삼았던 나라들은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렇잖아?

  상상해봐.

  현대 일본에서 전기가 전부 없어진 거라구.

  아직 부족한 것 같으면, 거기에다 가솔린 같은 것도 더해서 전부 말야.

  중요한 건, 사용하고 있던 에너지가 없어진다는 거니까.

  그거에 의존하고 있었으니까, 먹고 사는 일에 문제가 생겨 버리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거야.


  거기에 더해서, 당시에는 용족들이 습격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어디나 온통 부숴져 있었으니까….

  가뜩이나 엄청나게 많은 인간들이 난민이 되고 말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를 쓸 수 없게 된다는 더블 펀치.

  부흥 같은 거 말할 때가 아니었지.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에도 빠듯하기 그지없었다구.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식량.

  그날그날 먹기도 힘들었던 상황인데, 나는 체질상 평범한 사람보다 많은 영양을 섭취해야만 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런 나한테 우선적으로 식량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럼에도 모자랐다.

  나보다도 어린아이가, 자기가 배고픈 걸 참아가면서 나한테 먹을 거를 내놓았었던 거였다구.

  한심했고, 죄송스러웠고, 죽고 싶어졌었다.

  라고 할까, 진심으로 그럴까 생각했었다.

  근데, 그럴 때마다 모두가 말렸던 거야.

  『사리엘 님한테 들어버렸잖아. 살아남아 달라고.』, 라면서.

  울면서 먹을 수 밖에 없었어.

  그랬는데도 부족해서, 배고픈 걸 숨기기 위해서 먹었던 모래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서 하루하루를 보냈었던 것이지만, 그런 와중에 여기저기서 싸움이 일기 시작했다.

  원인은 시스템의 탓, 이라기보다는 아주 조금 남은 자원을 빼앗아 얻으려는 느낌일까.

  아까도 말했듯이, 식량의 부족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어서.

  그걸 빼앗으려고 각지에서 서로를 죽이는 일이 늘었고, 그게 점점 규모를 늘려갔던 거였지.

  그럴 힘이 있었다면, 협력해서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면 좋을텐데.

  인간은 멀리 있는 일보다는 지금의 일을 우선하니까 말야….

  어쨌든 지금 서로에게 있는 것을 빼앗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우리쪽의 고아원 사람들은, 그런 싸움을 피해서 피난을 이어갔다.

  그랬지만, 뭘 어떻게 해도 휘말려드는 일은 있었다.

  당시의 나는 그냥 손발 달려있는 짐짝으로, 싸울 힘 따위는 요만큼도 없었다.

  시스템의 가동 직후부터 스테이터스에 의한 보정은 있었던 것 같지만, 그것도 원래의 능력에 의존하고 있으니까 말야.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보내는 게 일상이었던 나로서는, 스테이터스의 힘을 빌리더라도 평범한 사람 미만.

  할 수 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되어서, 어떤 날엔, '정말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때도 있어서.

  그 때에는, 고브고브를 비롯한 남자 일원들이 싸우러 갔었어.

  우리들은, 포티마스의 인체 실험의 생존자들.

  하지만, 생존자들이라고 해서 생존할 수 있으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고브고브는, 고작해야 수 년의 수명을 가졌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일 터인데, 태어난 것은 평범한 인간보다도 훨씬 수명이 짧은, 초록색 피부를 가진 아이였다.

  그건, 실패작으로서 다뤄지더라도 어쩔 수가 없겠지.


  『나는 이제, 별로 살지 못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마음에 드는 말린 꽃잎 책갈피를 주고서는, 이렇게 말했어.


  『그거, 마음에 드는 거니까, 제대로 돌려주러 돌아와 줘.


  결국, 애매하게 웃던 그 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겁쟁이였던 주제에.

  최후의 최후에 폼을 잡아버려서는.

  바보였네.

  ……바보였어.


  그 뒤로도 전쟁의 불씨를 피하기 위해 우왕좌왕 돌아다녔던 우리들이지만, 아무래도 상황은 식량을 빼앗으려 다투던 싸움에서, 평범한 사람과 진화한 사람의 싸움으로 모양을 바꾸어 가는 것 같았어.

  우리들은 그저 농락당했을 뿐이었으니까, 당시 어떤 경위로 싸움이 그렇게 변했었는지, 자세한 것까지는 모른다.

  다만, 어느새부턴가 평범한 사람이 진화한 사람을 공격하는 모양새가 완성되어 있었다.

  요즘의 말로는 마족이라고 불리는 진화한 사람들은, 신체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났고, 스테이터스에서도 그만큼 앞서 있었다.

  그렇지만, 머릿수가 사람들보다 적었고, 처음에는 진화한 동지끼리도 단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되고 있었던 거네.


  식량 문제는 어떻게 됐냐구?

  뭐, 빼앗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인구도 줄어들고, 그런만큼 필요한 식량이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도 있지만, 상황이 나아진 가장 커다란 이유는 마물이 나타나게 된 거겠지.


  왜 거기에서 마물이 나오냐구?

  뭐, 일단 들어봐.

  지금이 되서는 마물이 평범하게 번식하고 수를 늘려가지만, 처음에는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게 생겨났었어.

  아마도 D님이 준비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평범하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 혼란스럽기도 했었다.

  그래도, 마물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스테이터스나 스킬이라고 하는 은혜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거야.

  그 결과, 마물은 심각하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마물이 프로토타입이었던 것도 있고,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으니까.

  마물은 계속 덤벼들어 왔지만, 간단히 반격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느 쪽이냐고 물어보면, 같은 인간 쪽이 당시에는 훨씬 더 무서웠다.


  그래서, 그 간단히 쓰러뜨렸던 마물.

  당연한 얘기지만, 고기가 떨어져나왔다.

  뭐, 그 뒤는 알겠지?

  '혐오스러운 싸구려 음식(게테모노)'이라 하든 뭐라든, 당시에는 먹을 수만 있으면 뭐든지 괜찮았다.

  공교롭게도, 마물이라고 하는 위협은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구제가 된 셈이었다.

  뭐, 그렇게 여유가 생겨났기 때문에, 마족 탄압이라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만 말이야.


  내몰려버린 마족들은 카사나가라 대륙의 북방에 모여들어, 거기에서 단결한 후에 반격에 나섰다.

  그 다음은 알고있다시피, 그곳 근처를 경계로 하고 인족과 마족의 기나긴 싸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뭐, 거기에 도달하게 되기까지에는 충분한 햇수가 걸렸는데─.

  라고 할까,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진흙탕 싸움은 정말로 위험했다구.


  예전에 사~알짝 언급했던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맨 처음의 마왕은 흡혈귀였어.

  그 점이 무서울 뿐인 마왕이고, 사실 본인은 그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은데, 흡혈귀의 특성을 이용해 교활하게 돌아다니면서 부하를 늘려서, 사람들을 덮쳐왔던 거야.

  이야, 살아있는 모든 걸 있는대로 죽여버릴 기세였던 것 같아.

  그걸로 인족과 마족이 단결할 수 있었다면 역사도 바뀌었을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삼파전이 되어버리는 난전 상태.

  라고 해야하나, 삼파전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상태였을까.

  서로서로의 시각으로 봤을 때에도 다른 누가 적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어.


  고아원의 동료들도 말이야, 마지막에는 산산조각이 나버렸어.

  사리엘 님이 가르쳐주신대로, 사람들을 구해야만 한다는 파벌과,

  사리엘 님을 조금이라도 빨리 구하기 위해서, 싸워야만 한다는 파벌로.

  몇 번이고 말했지만, 우리들 고아원의 멤버들은 포티마스의 인체 실험의 생존자들.

  나나 고브고브 같은 완전한 실패작이 있다면, 실패작이라고는 해도 일부는 성공한 반성공작 같은 놈도 있었던 거야.

  신체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거나, 특수한 능력을 가지기도 하거나.

  그런 것들과 스테이터스, 스킬을 전부 합치면, 평범한 인간보다도 높은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그저 도망쳐만 다녔던 시절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던 우리들도. 세월의 흐름과 같이 성장했었고 말야.


  에? 자라지 않았다구?

  하하하,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보시다시피 훌륭하게 자라고 있지 않은가!

  하하하하하.


  크흠, 큼.


  이야기를 되돌려서, 고아원들의 동료는 그렇게 정말로 둘로 나뉘어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알고 있어?

  초대 용사와 초대 성녀는 우리 고아원 출신이었다구.

  뭐, 그런 모두도, 싸우던 도중에 죽거나, 수명을 전부 사용해서 이제 남은 게 없지만.

  그 중 대부분은, 죽기 직전에 바쳐버린 거야.

  환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영혼을 전부 에너지로 해서 시스템에 바쳐버린 거야.

  모두, 모오~두 그렇게 사라져버렸어.

  바보들이었네.

  ……바보들이었어.


  남겨져버리는 이 쪽의 처지도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모두들하고는 달라서 싸운다는 것 따위는 불가능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고작이라고 하는데도.

  내가 침대 위에서 잠에 든 동안, 모두 없어져버린 거야.

  최후에 남아버린 것이 나 같은 도움 안 되는 놈이라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게다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늙지 않는 몸이 되어 있고.


  시스템의 영향인가, 그렇지 않다면 포티마스의 연구가 살그머니 열매를 맺고 있었던 건가.

  아니면, 둘 다인가.

  진상은 알 수 없지만, 나는 시스템의 기동 직후부터 나이를 먹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

  게다가, 수 년동안 괴로워했던 체질은 스테이터스랑 스킬로 인해 극복되어 버리고.

  폭식이라는 스킬 덕분에 어떤 것이든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체내의 독은 시스템에게 분해되어서 더 이상 생성되지 않아.

  스테이터스가 길고 긴 수 년 수 개월에 걸쳐서 천천히 올라서는, 사람 수준에서부터, 더더욱 위로, 계속 위를 향해서 올라갔다.

  그렇게 되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


  설마 버려버렸던 내가 불로를 이루어버렸다니, 포티마스는 분명, 엄청나게 분했을 거야.

  그 때 버리지만 않았다면!

  라고, 말하거나 생각하거나 하면서 말이야.

  그 점에 있어서는, 꼴 좋다! 라고 생각해.


  응? 시스템 가동 직후, 포티마스는 뭐 했냐구?

  글쎄?

  그 녀석, 당분간은 중앙의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니까 말이야.

  이른바, 자취를 감춰버렸다는 거지.

  한동안 얌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인가 엘프라는 신 종족이 세계에 침투해 스며들어 버렸던 거야.

  정말, 어느새부턴가였어.

  그런 쪽의 수완은 몹시나도 우수했던 거야, 저 놈.


  뭐, 대략적이기는 해도 시스템의 가동 직후 이야기는 여기까지일까나.

  어때?

  별로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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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들고 돌아왔습니다. 티스토리로 옮기니 제법 좋군요. 이것저것 복잡하지만 차차 해나가다보면 뭐 그럴싸하게 되겠죠.
이번 화는 번역 도우미가 없습니다. '게테모노'가 나오기는 하는데, 딱히 대체할 말이 없다보니 뜻을 그냥 풀어서 적고 괄호 안에 적어놓아서 도우미로 달아둘 게 없군요.

그리고 이번화부터 들여쓰기를 넣었습니다. 물론, 이전의 화들도 들여쓰기 수정 완료했고요. 예정했던대로, 등장인물 소개나 D선생님 파트는 넘어가고 바로 본편 진행할 계획입니다. 다음은 규리에의 이야기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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