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엘과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네, 물론입니다.


  사리엘은 시스템의 핵이 되었기 때문에, D가 만들어낸 이공간에 있다.

  그곳은 D의 허락이 없다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건 시스템의 조작 권한을 일부 부여받은 규리에라고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라기 보다는, 규리에에게 부여된 권한은 꽤나 한정적이라, 시스템의 전체를 놓고 본다면 안 되는 쪽이 더 많다.

  D가 규리에에게 원하는 것은 버그의 발견 뿐이기에, 그 밖의 항목에는 최대한 접근하기를 원치 않아주었으면 해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보내겠습니다.

  『D는 오지 않나요?

  『네, 저는 천사랑은 궁합이 좋지 않아서, 만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방금 전까지 만났었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태연하게 말하는 D.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그 편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D는 규리에를 사리엘이 있는 시스템 중추에 전송했다.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그것을 상상하면서.




  『사리엘.


  규리에는 사리엘의 모습을 보고, D의 구속이라는 말이 비유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광대한 공간.

  그 공간을 메우는 거대한 마법진.

  그 중심에 사리엘이 있었다.

  마법진에서 뻗어난 기하학 모양이, 마치 사슬처럼 그 몸을 구속하고 있었다.

  구속이라고 들었지만, 규리에는 좀 더 완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기껏 해야 시스템의 핵이 되는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은 그것보다도 좀 더 가혹했다.

  이래서야 포로와 다를 게 뭐냐고, 규리에는 그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사리엘….


  멍하니, 한 번 더 이름을 부른다.

  그 이외에는, 말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규리에.


  그 부름에, 사리엘 역시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 눈이 똑바로 규리에를 붙잡고 쳐다본다.

  평소와 똑같이, 미네랄처럼 빛나고 있는 눈.

  그러나, 평소랑 똑같을 뿐인 그 눈이, 지금은 어딘가 원망하는 듯한 빛을 비춰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안하다.


  규리에는 반사적으로 사과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인지는, 규리에 자신도 모른다.

  용이 인간을 공격했던 것에 대해서일까.

  그 후, 별의 에너지를 챙겨서 달아나버린 것에 대해서일까.

  그걸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일까.

  이런 모습으로, 사리엘을 몰아넣어 버린 것에 대해서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에 대해서일까.


  『괜찮아요. 당신 탓이 아닙니다.


  그것들 전부를 용서하듯이, 사리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이런 상태가 되어서 놀라게 되었지?


  사리엘에게 용서받더라도, 규리에는 자기자신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적었다.

  그 적은 것 중의 하나, 사리엘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D에게 의지했던 것.

  그 요청을 받아, D가 이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고, 그 결과 사리엘이 이렇게 구속되게 된 것.

  그리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꼭 별을 살려내고, 사리엘을 여기서 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사리엘은 규리에가 착각하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

  사리엘이 사정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규리에가 생각하고 있어서, 사리엘이 D랑 만나지 못했던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더라도, 사리엘이 지적하는 일은 없었다.

  그 D가 하는 것.

  지적하더라도 좋은 결과가 될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지적하더라도, 규리에의 갈등이 늘었을 뿐이며, 그 갈등을 보고 D가 재미있어 할 뿐이었을 테니까.


  『사정은 알았어요.


  사리엘은 D에 대한 불신감을 삼켜내고, 그것을 전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규리에, 저는 보시는대로, 꼼짝하지 못하겠어요.


  D에 계약에 의해, 사리엘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시스템의 배터리 대신이 되어서, 시스템을 움직이게 하는 톱니바퀴 한 개로 여겨지고 있다.

  시스템에 간섭하는 것도, 거의 할 수 없다.


  『별을, 사람들을 부탁합니다.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서.

  그런 소망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물론이다.


  규리에는 그것에,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사리엘의 말에는 그 즉시 반응하지 못했다.


  『부탁드립니다. 제가 해방되는 것은 늦어도 좋습니다.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서로 죽이지 않게 되도록 이끌어주세요.


  그것은, 시스템 그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소원.

  그리고, 규리에에게는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사리엘, 그건…….

  무리한 걸 부탁드리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상 사람들이 싸우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아원의 아이들에게도 말했었지만, 저는 사람들이 평화적으로,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리엘이 말하고 싶은 것은 안다.

  그동안의 사리엘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본다면, 분명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규리에는 이미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이미 시스템의 개요는, D가 쓴 각본을 읽었을 규리에의 손에 의해서, 전 세계의 인간들이 아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안 사람들의 다음 행동은, 규리에에게는 눈 앞에 보이는 것 마냥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분쟁.


  지금, 이 별에는 크게 나누어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그냥 그대로의 인류.

  또 하나는, 포티마스가 설파한 MA에너지를 사용해 진화를 완료한 신인류.

  그 비율은 전자 쪽이 분명 많지만, 후자도 적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뭐라고 하든, 대부분의 나라는 MA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MA에너지를 낭비해, 이 사태를 일으켜 버렸다고, 진화하지 않은 인간이 진화한 인간을 비난하고,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이 뻔하게 보였다.

  싸우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시스템이 기동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부디, 살아남아 주세요. 살아남게 해주세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최대한 노력해볼게.


  규리에에게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슬슬 시간입니다.


  마치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었던 것처럼, 정말 좋은 타이밍에 D가 목소리를 걸어온다.


  『알았습니다. 그럼, 사리엘. 또 올게. 꼭, 너를 구하겠어.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규리에는 그 자리를 떠났다.

  두 번 다시는, 그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거라는 건 모르는 채로.




  『훌륭한 박애 정신이네요.


  돌아온 규리에를, D의 평탄한 목소리가 반겼다.

  그 어조로는,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어떤지, 본심이 엿보이지 않는다.


  『네….


  규리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번에 한해서는 사리엘의 말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결심하고 있었다.

  확실히, 대부분의 인간은 휘말린 것뿐일 터다.

  무지한 것은 죄지만,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적어도 한 명, 있었다.

  포티마스·하이페네스.

  이 사태의 원흉이자, 간접적이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별을 붕괴로까지 이끌어버린 남자.

  다른 사람들은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이 남자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사리엘은 규리에가 그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기에, '죽이지 말라'고 입에 담은 것이겠지만, 이것만큼은 사리엘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포티마스를 죽인다.

  영혼의 한 조각조차 남기지 않고.


  『그 박애 정신을 본받아서, 관리자는 별의 생물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합시다.


  그러나, 규리에의 그 행동은, 좀 더 상위 관리자에게 막혀버린다.


  『에?


  처음에는, 규리에는 D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순간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때문에, 바보처럼 얼 빠진 목소리를 내어 의문을 드러내게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관리자는 별의 생물들에게 손을 대는 것은 그만두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래, 시스템은 별의 생물들이 힘을 갈고 닦는 것으로 에너지를 회수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우리들이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그 목적에서 벗어나게 되고 맙니다.

  『아니, 하지만….


  D가 하는 말은 정론이었다.

  그러나, 규리에에게는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가 있다.

  여기에서 끄덕일 수는 없었다.


  『우리들 관리자가 하는 것은, 감시와 조정입니다. 실로 신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특정한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 것은 안 되는 거에요. 사리엘도 그것은 원하지 않겠죠.


  사리엘을 예로 들어가면서, 반론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주장을 편다.


  『당신은 제가 말한대로의 일을 하고 있으면 됩니다. 너무 제멋대로 한다면, 어떻게 되어도 모른다구요?


  제멋대로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그걸 구체적으로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변변치 않게 되어버리는 것은 예상이 가능했다.

  규리에는 보이지 않는 사슬이 자신의 몸에 휘감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구속되어 버린 것은, 사리엘 뿐만이 아니었다.

  이 때 처음으로, 희미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규리에는 D에 대해서 의심을 품었다.


  『자, 저를 즐겁게 해주세요.


  즐거움의 한 조각조차 찾을 수 없는 평탄한 목소리가, 내다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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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작가. 분량 조절하란 말이야, 분량 조절. 이번 화 과거편 마무리 편이라고는 하지만 쓸데없이 길잖아. 아니, 너무 길잖아 진짜로.
게다가 번역하기 어렵잖아. 生きてください 生かしてください 殺さないでください 殺させないでください 라니 이거 대체 어떻게 번역하면 매끄럽게 우리말이 되는거야. 난 모르겠다. 됐어. 이걸로 됐다고. 후.

과거편은 26이 끝, 즉 이걸로 끝이고 이후 '과거 이야기'편이 규리에와 아리엘로 총 두 편 있습니다. 그 뒤에 등장인물 소개 2편이 있고, 알려주세요, D선생님 3편이 있는데 이 둘은 번역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하겠지만, 제 스스로가 빨리 301화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즉 세 편 뒤부터는 301화로 본편이 진행됩니다.

과거 이야기 편에 들어가기 전에, 과거편 23화부터 26화까지 문장에 들여쓰기를 넣으려고 합니다. 원래는 귀찮아서 안 넣으려고 했는데, 역시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서...

번역 도우미)
- 'どうか、生きてください。生かしてください。殺さないでください。殺させないでください。お願いします' -> '부디, 살아남아 주세요. 살아남게 해주세요. 죽이지 말아주세요.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로 의역했습니다. 저건 말만 바꿔서 얘기하는 거라 직역도 힘들지만, 대충 해보면 '살아주세요, 살리게 해주세요, 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않게 해주세요' 정도가 될 것 같긴 합니다. '살아가게 해주세요'랑 '살리게 해주세요'가 묘하게 다른 말인 것 같긴 한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네.
- 'サリエルを引き合いに出しながら、有無を言わせぬ指示を出す' -> '사리엘을 예로 들어가면서, 반론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주장을 편다.'로 의역했습니다. 이 부분은, '有無を言わせぬ'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거의 안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유무를 말하지 않는다는 표현, 일본식이 맞으니까요. 실제로 과거편 23화에서도 같은 표현이 있었는데, 그 때는 '앞 뒤를 가리지 않고'로 번역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표현이 나오면 대충 의역할 예정입니다.
- 임의로 … 표시를 몇 군데 넣었습니다. 일본어 특유의 문장부호가 없는 부분에 들어가 있는데, 이를테면 사리엘을 두 번 부를 때 두 번째 부르는 곳에 넣었습니다. 이건 약간 한국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한국어로 읽으면서 일본식으로 쓰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 규리에가 사리엘에게 하는 말이 마지막에 와서야 조금 격식이 없지 않은 반말 정도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여태
- 그리고, 뭐 하나 더 임의로 의역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더 나은 번역은 언제든지 덧글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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