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사리엘은 장치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누군가의 간섭을 받고 이공간에 격리된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눈 앞의 어둠 속에 있다.
규리에는 내다보지 못한 어둠도, 사리엘 정도가 되면 거기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알아볼 수 있다.
인사를 전해온 것은 여자였다.
어른이 되기 일보 직전의, 아직 소녀라고 하더라도 무방해 보이는 여자.
그러나, 그 무표정한 표정에는 외모에 걸맞는 젊음이라는 것은 전혀 없었다.
주위의 어둠과 마찬가지로, 끝이 없는 암흑을 연상시키는 무표정.
『저는 D라고 부르세요. 그럼, 자기소개도 끝났고, 오늘은 협상하러 왔습니다. 번거롭게 말을 돌리지 않고, 단적으로 용건을 말하죠. 제 놀이에 어울려주세요.』
그것은 놀이의 권유이면서도, 악마의 유혹처럼 들리기도 했다.
실제로 그 인식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사리엘은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겠지만, 놀이라고 말하는,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 표정에는 일말의 기쁨도 즐거움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사리엘이 아니었다면, 인간의 모습을 한 무언가가,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섬뜩함에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리엘이 느낀 것은 공포가 아니라 순수한 투지였다.
눈 앞에 있는 이것은, 존재하면 안 된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가 죄.
타락했다고 하는 천사라서일까, 사리엘은 눈 앞의 존재가 세계에 해가 되는 존재일 것이라고 직감했다.
피아의 전력 차이도, 그토록 고집했던 사명조차 내팽개치더라도, 설령 같이 동귀어진하게 되더라도 여기서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아아, 싸우거나 거절하거나 그런 것 없이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소중한 아이들이 어떻게 되어도 모른다구요?』
그러나, 사리엘의 힘이 해방되는 일은 없었다.
아무 힘도 없는 말 한 마디가, 사리엘의 몸을 묶어버렸다.
그건 어떤 구속 마술보다도 단단한, 사리엘을 움직일 수 없게 하는 말.
그 말 한 마디 만으로도 사리엘은 모든 것을 원천봉쇄 당했다.
협상이라고 말했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협박이었다.
"원하는 게 뭐야?"
『꽤 많이요. 당신은 지금부터 제가 발동하는 대규모 마술, 그 핵심이 되어줘야겠습니다.』
사리엘의 말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D가 그 마술의 개요를 전개했다.
그건 이른바 마술의 설계도라고 말해도 되는 것으로, 보기만 하더라도 어떤 마술인지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사리엘은 그게 무슨 마술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리엘은 전투 특화 천사.
파괴하는 것은 특기이지만, 마술의 본모습을 읽어내리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다.
『이건 이 별의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술입니다.』
사리엘이 마술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D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 최초의 말만으로도, 사리엘은 할 말을 잃었다.
D의 목적을 모르겠다.
별의 에너지를 회복시키기 위한 장치에 사리엘이 뛰어들 때, 사리엘을 납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별을 구하기 위한 마술을 짠다니.
타이밍을 보면 별을 구하는 걸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정반대의 것.
그 존재와 마찬가지로, 말과 행동 양식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네요.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가, 그건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젊은 용이 당신을 구해달라고 간청해서 말이죠. 저는 상냥하기 때문에 그 소원을 이뤄주고 있는 것입니다.』
공개되어버린 진실에, 사리엘은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젊다는 건 좋네요─』 라는, D의 늙은이 같은 말도 그냥 넘겨버리고서.
사리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대체 왜?'라는, 의문 하나뿐.
규리에에 대해서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별을 구하기 위해서는 사리엘이 희생되는 것이 가장 나은 답.
그걸 뒤집으려는 규리에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리엘은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생각되고 있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사명을 수행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평범히 버리고 마는.
때문에, 이런 정체 모를 신에게 의존한다는 규리에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 그 용을 탓하는 듯한 얼굴을 해서는 안 된다구요. 그 용이 저를 의지했기 때문에, 당신이 개죽음을 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니까.』
사리엘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경직을 맞이했다.
D와 조우한 뒤로, 그녀의 말이 끝날 때마다 사리엘은 경직되고 있었다.
사리엘도, 포티마스의 악평은 익히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경계하고, 신중히 일을 진행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포티마스를 의심하는 것에서 눈을 피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애초에, 저런 장치에서 신을 분해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둘러싼 방어 결계가 쉽게 막아버립니다. 당신이 그 무의식의 결계조차 제어해서, 자신 스스로 분해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만일, 분해에 성공하고 게다가 그 개발자의 마수에서 벗어나더라도 별이 재생하는 일은 없습니다. 에너지라고 한 단어로 통틀어 말하지만, 사실 그 종류는 별개입니다. 신을 분해해서 얻은 에너지를 별에 주입한다는 것은, 혈액형도 확인하지 않고 수혈을 하는 것. 게다가, 다른 종의 동물의 피를 말이죠. 그래서 제대로 풀릴 리가 없습니다.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이래서 천사는 근육뇌라서 곤란하다니까요.』
연달아 뿌려지는, 충격적인 사실.
사리엘의 사고는 완전히 프리즈 상태에 도달했다.
『그래서 제가 완벽한 플랜을 준비했습니다. 당신이 이 술의 핵으로 구속되는 것을 승낙하게 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별의 에너지를 되찾는 것은 가능합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D의 손이 사리엘을 향해서 내밀어진다.
그 손바닥에는 마술적인 제약이 새겨져 있었다.
이 손을 잡으면, 어떠한 계약이 성립된다.
무뎌진 사고에서, 사리엘은 내밀어진 동아줄에 매달렸다.
승낙하는 의미로 그 손을 잡는다.
『계약 완료입니다.』
이것이 악마였다면, 잘 계약을 나눈 것에 폭소하고 말았겠지.
하지만, D의 표정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그야말로 서열 상위 수준의 신인 타천사를 속이고 무효화하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리엘의 몸에 마술의 쇠사슬이 감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은, 사리엘의 움직임을 봉하고, 사리엘의 힘을 흡수해서 별을 덮어간다.
하나의 별이, D가 정한 법에 지배되어간다.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그 마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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